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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현 JeongHyun Ha (b.1980)

現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 한성대학교 부설 디자인아트 교육원 겸임교수

개인전 8회, 단체전 50여회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 문화본부 박물관과 외 작품 소장 다수

학력

2013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 디자인학 박사(Ph.D.)
2005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 미술학 석사(MFA)
2003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 시각정보디자인학과 미술학사(BFA)

 

 

개인전 (8회)

2022 놀이하는 순간들 : Merry Moments of Life, 갤러리 다온 기획전

2020 하정현 개인전, 에코락갤러리 x YTN 아트 스퀘어
2018 하정현 개인전, 인사 아트 프라자 갤러리 공모 당선 작가전

2017 draw without drawing, 파비욘드 갤러리

2014 playing, GS타워 더 스트릿 갤러리
2012 draw without drawing, Gallery DOS

2011 draw, ing, show. Gallery gabi

2005 하정현 개인전, 가나아트스페이스

단체전 (50여회)

2022 Find your piece 2022, 써포먼트갤러리
2021 아트마이닝 주제 공모전 - 숲으로, 스페이스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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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삶은 유한하다. 아름다운 일들만 있기에도 모자란 것이 사람의 일생이다. 나는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아름답기를 희망한다. 나의 인생이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진 아름다운 삶이길 원한다. 

 

  나에게 있어 가장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순간은 바로 그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 상태로 놀며 장난치고 있을 때이다. 프레임이 없는 캔버스 위에서 손에 잡히는 여러 재료들을 가지고 자유롭게 그어대고 즉흥적으로 칠하고 비계획적으로 문지르며 놀고 있을 때, 마음껏 색칠한 커다란 캔버스 천을 색종이 삼아 스케치 없이 의도하지 않은 채 가위로 싹둑 싹둑 자르고 오려내는 장난을 치고 있을 때, 그러한 놀이의 찰나에 빠져들어 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캔버스 위에서 매일같이 놀이한다. 거기에는, 어제의 놀이 위에 오늘의 놀이가 이어지고, 오늘의 놀이 위에 내일의 놀이가 이어진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나의 놀이는 신나는 흔적을 무수히 남겨내고 또한 즐거운 흔적을 수없이 오려낸다.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이 놀이는 오로지 놀이하고 있는 순간들 그 자체로 남겨지고 존재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없이 사랑받던 내 유년 시절 과거의 순간들이, 한없는 사랑을 깨달으며 아이와 함께하는 엄마로서의 내 현재의 순간들이, 그 밖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삶의 소중한 순간들이 자연스레 솔직하게 드러난다.  

 

 그리하여 이것은 곧 ‘나의 그림’이자 ‘나의 아름다운 삶’이 된다. 나는 내일도 모레도 가장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게 이 놀이를 끝없이 이어가려 한다. 내 삶의 무수한 순간들은 이 놀이로서 진정 아름다운 삶이 되어간다. 

​하정현의 낱개들

 ​갤러리이든 설에덴

 

전시는 도무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지만 또 묘하게 어딘가 어울리는, 형광 연두색과 주황색의 좌대로부터 출발한다. 서투른 글씨로 ‘화’ 와 ‘멸종 공룡’ 과 같은 단어가 적힌 채 공룡의 형상이 군데군데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그의 여덟 살 난 아이와 함께 작업한 작품 <너의 낱개들과 나의 낱개들 ; 공룡 대멸종과 선물 같은 오전>이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특별히 기획, 제작된 이 작품은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좌대 앞에 선 그녀와 어린아이는 짧은 이야기를 도란 도란 나누곤 곧장 형형 색색의 재료 앞에 서서 망설임 없이 도구를 쥐고 새하얀 직육면체를 채워나간다. 작가는 이렇게 즉흥적인 우연의 과정에서 한 조각을 쪼개어 개인적인 경험을 덧입혀 캔버스 위에 올린다. 전시장을 채운 그녀의 창작물들은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 방식으로부터 출발해 그녀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가 되었다. 이 같은 하정현의 표현기법은 과거에 이미 몇 차례 언급되었듯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이나 <초현실주의와 회화>에서 계속적으로 언급되는 창작자 내면의 정신 혹은 감정적인 상태를 그대로 화폭에 재현한다는 면에서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 법과 그 궤를 같이한다.

 

 2013년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장장 9년간 지속되어 온 <Draw without drawing> 시리즈를 보자. 작가는 천 위에 따뜻하고 밝은 색들과 낙서를 닮은 드로잉으로 내면의 기쁨을 토해내어 가둔다. 여기서 말하는 기쁨은 단어가 가진 뜻 그대로의 평면적인 기쁨이 아니다. 작가는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에너지를 천연 조미료로 삼아 상실감이나 두려움마저도 기쁨으로 감화시켜 사랑하는 사람과 경험, 추억들 모두를 영원히 자신만의 유토피아인 캔버스에서 살아 숨 쉬게 한다. 곧 그곳에 정착한 모든 것들이 작가가 선택한 재료들과 호흡하며 얼기설기 어우러질수록 작품은 심화되고 작가 자신이 깊게 투영되어 이내 작가의 ‘낱개’ 로서 작용한다. 내면의 일부가 표출된 하나의 어떤 것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정현이라는 문장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에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 하정현은 내면을 시각화하는 작업인 <Draw without drawing> 시리즈에 머무르지 않고 한걸음 나아가 작가가 직면한 새로운 세상과 기존의 표현 기법을 결합해 시각화의 대상을 현실로 확장했다. 얼핏 보면 말풍선 같기도, 또 다르게 보면 이모티콘이나 도형 같기도 한 <Snip Snip> 은, <Draw without drawing> 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발전된 형태의 조형 언어다. 아이가 생기며 변화한 일상은 그녀의 표현 방식을 ‘그리기 혹은 덮어 씌우기’에서 독립된 형태를 ‘잘라’ 만드는 것 까지로 연결해 내었는데,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형태들은 작가가 바라보는 긍정적인 세상의 어느 조각으로 또 저마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쏟아 낸다. 서두에 언급한 <너의 낱개들과 나의 낱개들 ; 공룡 대멸종과 선물 같은 오전>의 제작 방식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 이 시리즈는, 작가가 현재의 삶에서 창작을 끌어내는 방법을 보여줌과 동시에 내면의 이야기를 그의 오늘과 완벽하게 포개어 작품을 본인의 낱개로서 영원히 간직한다. 그리고 마침내 <Snip Snip> 작업 중에 생긴 나머지들을 한데 모아 속이 훤히 보이는 프레임에 넣고 밀봉한 뒤 각각의 나머지들이 생성된 날짜를 적어 개별화 한 신작 <Treasure hunt>로 2022년 자신을 이루는 모든 낱개들의 마침표를 찍어냈다.

 

관람객은 이 <Treasure hunt> 시리즈를 통해 본인에게 닿은 어떤 것-그것이 경험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도 쉬이 버리지 않는, 심지어 ‘보물(Treasure)’이라 칭하는 작가 하정현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전시명인 ‘하정현의 낱개들’의 의미를 한층 깊이 체감하게 된다.

 

결국 <Draw without drawing>에 담긴 작가 내면의 유토피아로부터 <Snip Snip> 과 

<Treasure hunt>를 통과하여 닿은 종착지는, 낱개들의 묶음인 하정현 자신이자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이 그녀의 낱개들에 스스로를 투영하여 새로이 개별화 시킬 낱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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